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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일기장 22

[일기장] 생명력

내 고향은 이미 더 만개했겠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도 하루가 다르게 꽃이 피고 있다. 앙상하던 나무에 초록색 작은 잎들이 돋아나고, 통통해진 가지끝이 터지길 기다리는 지금, 새로운 생명과 시간이 시작되는 기대로 가득찬다. 길어진 해가 비치는 오후의 시간들, 시원해지는 바람, 가벼워지는 옷차림들은 나를 조금은 들뜨게 한다. 긴 겨울과 더운 여름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랬는데 지금의 순간은 좀 더 천천히 지나가길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일기장] 가끔 인생은 고통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이성적이라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그렇습니다, 아니 사실 쭉 그래왔었던 것 같기도하지만... 무언가 모를 스트레스로 오랜만에 가슴 가운데가 엄청 죄여옵니다. 작년 12월 5일 최종합격을 받은 회사, 새로운 업무, 새로운 환경, 나름 익숙한 도시까지도, 금전적 여유... 당연히 저 자신도 가서 일할거라 생각하고 집도 내놓고-집도 구하러 다녀왔지만, 입사를 3일 앞둔 그날 아침에 입사를 포기했습니다. 회사 부모님 친구의 반응이 무서웠지만 정말 별 것 없더군요. 얼굴도 대면하지 못한 회사는 저를 대체할 직원에게 연락하기 위해 임용포기서를 제출하길 원했고, 부모님은 저의 선택을 순순히 존중해주셨고, 친구들이야 뭐 익숙한 반..

[일기장] 2022 하반기 농축협 최종합격

안녕하세요, OOO님 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었다. 실은 면접을 보는 중에 벌써 합격한 것 같다는 걸 알고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하필 합격 당일날 지역본부와 조합에서 연락이 와서 당혹스러웠다. 이런저런 생각 미루기를 며칠, 당장 앞둔 여행만 생각하려고 하지만 '그 다음엔?'. 이상하게 이번엔 합격사실을 몇몇 주변 사람말고는 숨기고 있다. 부모님도 모르신다. 낮에는 '그래, 입사해보는거야', 밤에는 '가는게 맞을까?'라고 자꾸 번복하게 되는 날들의 반복. 당장 거주지를 정리하고 옮겨야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선택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간다. H와 대화하며 '누군가는 정말 원하는 결과를 넌 가졌..

[조각글] 독립 첫걸음

친척들이 나를 부르던 아명이 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여전히 나는 아명으로 불리고 있고, 또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O남' 셋째 아들을 낳길 바라는 흔한 이유였다. 장손으로 대를 이어야 하는 그 세대의 끝에서 나는 둘째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촌스러웠던 아명이 호적으로 올라가진 않았지만, 현재 내 무난한 이름도 별 다를게 없다. 이름에 잘 쓰지 않는 내 이름 속 한자를 예전엔 특별하다고 착각했다. 언니는 '영글어라', 아들은 철학관에서 귀히 지어준 이름, 나는 '지혜를 이어라' 즉 대를 이어라는 의미의 이름. 시작부터 내 존재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었나보다. 남자아이로 태어나지 못해 다음은 꼭 아들을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존재였지, 오직 내가 잘 살길 바라며 지어준 이름이 아..

[일기] 사랑과 우정

오늘은 기념일. 사랑과 우정사이는 무엇일까 다들 고민하곤 하지만 우리의 다른점은 사랑과 우정이 함께라는 것 처음 만났던게 엊그제 같은데 훌쩍 어른이라고 할 법한 나이가 되어버릴 정도로 오래만났네. - 얼굴도 취향도 성격도 가치도 많이 바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라오스에서 오늘을 보냈을텐데 아쉽지만 곁에 있음을 늘 감사하자. 그때의 설렘과 복잡한 느낌을 다시 되돌릴 순 없겠지만 대신 자리잡은, 새로운 감정들로 채워나갈 수 있겠지. 좀 웃긴 이야긴데 오늘 아침에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만약 네가 나한테 사기를 쳐서 내 전재산을 털어가 빈털털이가 된다면 나는 어떨까? 그냥 사람들이 연인을 정말 믿었는데 그럴리 없다고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까 근데 나는 정말 그럴리 없다고 믿어. 혹여나 일어나면 차라리 목숨을 ..

[짧은일기] 할 줄 아는 운동은 수영 뿐

나는 할 줄 아는 운동이 수영 밖에 없다. 땀 흘리는 것, 몸이 아픈 것, 더운 것 모두 싫어해 평생 운동은 못하고 살 줄 알았는데 수능 끝난 19살 겨울방학, 우연히 수영을 배웠던 엄마를 따라 처음 받은 강습 타지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방학마다 수영을 배웠더라지. 10시 수업, 8시 수업을 다니다 약을 먹으면서 아침기상이 가능해지기 시작하며 7시 수업, 지금은 오전 6시 수업을 다닌다. 하루의 시작은 꼭 씻으면 시작되는 것만 같아서 아침수영을 고집하는 나. 비몽사몽할 때 물을 가르는 순간 각성이 된다. 덤으로 불어난 식욕은 어쩔 순 없지만 학교다니며 수영 다닐 땐 꼭 해야만 하는 숙제같았는데, 백수일 때 다니는 수영은 하루의 일과가 된다 (ㅋㅋ) 사회생활과 사람이 싫어 도망친 나도 사람이라 그런지 어딘..

살아야 하는 이유

올해 날씨가 막 따뜻해질 무렵이었나 시원해질 무렵이었나, 처음(?)으로 진지하게 한 생각. '이쯤에서 그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많이 우울해진다던데, 회사를 그만둔 후 아무도 없는 집 방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도로를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을 보며. 살랑살랑 시원한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나 하나 없어도 세상은 잘만 굴러가는구나.] 뭐라도 해보자, 일단은 혼자 있어보자. 더워진 날씨의 절정에 찾아온 엄청난 무기력함. 운동으로 하루의 성취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네. 하루하루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 일, 돈에 구애받지 않고 했던 그 안정감있는 생활에 즐거움을 느끼던 잠깐의 시간 이었는데 9월 말 소득은 없고 해볼만한 공고들이 뜨고 자소서를 써보려고 바둥바둥..

[조각글] 90년 대 생 20대의 방황은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백수로 조금 벌어둔 돈을 쓰며 살고 있는 지금, 나의 삶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9n년생 2n살 안핑뚱이, 방황 중이다. 내 대학생활은 새로움과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처음 부모로부터 벗어난 생활을 하게되었고, 모든 선택을 온전히 내가 해야만 했다. 1. 전공 관련 공무원 중에 가장 상위 직렬에 당당히 합격하고 퇴사한 후배. 2. 병원을 잘 다니고 있으면서 주변 직원들의 무료함과 발전에 대한 무관심에 실증이 난 간호사 3. at라는 공기업에 다녔다가 연고지로 오고 싶어 다른 공기업으로 이직한 누군가 4.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본인이 원하던 대기업 직무가 아니고 발전가능성이 없어 기존 중소기업에서 하반기를 준비하는 누군가 5. 전공 석사까지 졸업했지만 다른 산업 진출을 위해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있는 후배 ..

[조각글] 2017년 1월 9일의 나에게

글감을 찾아보기 위해 과거 일기장을 정독하던 중, 2017년 1월 9일의 기록을 발견했다.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왜인진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정말 힘들고 외로웠던 것 같다. 누군가에겐, 지금의 나에겐 당연한 일상인 것들을 당시엔 가져본 적도, 절대 가질 수 없어 노력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의 나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힘도 생겼다. 내가 있다.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꿈을 무엇이라 딱 정하지 못할 것 같다. 매일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내겐 꿈이고 꿈이길 바란다. 그 시절의 나는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잘 해왔고 잘 살아왔다. 내가 늘 때마다의 행복을 가지길 바란다.

[조각글1] 나의 꿈은 행복(feat. 돈)

내 꿈: 행복하게 살기 얼마 전 Hw은 내게 말했다. 'Yn, 너는 나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 하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너와 함께 있는게 제일 좋고, 즐겁고, 행복하다. 나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몇 년간 그것을 찾고자 방황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답은 바로 앞에 있었다. 꼭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직업이 되거나 할 필요가 있나? 나는 너랑 함께하는게 행복한 것이고, 그게 꿈이다. 그렇게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수단이 돈, 설득, 결혼이었다는 것. 너와 사귀는 이유: 내 가치관을 찾다 성공한 사람을 보거나, 면접 준비 과정에서 내 '가치관'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내 가치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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