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봉사를 의무적으로만 해오던 사람이다. 필수이기에 요양원, 헌혈, 도서관 등에서 단발적이고 대가성 있는 봉사와 기부를 했을 뿐, 생각은 있어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니 굳이 행동하지는 않았다.
나는 극한직업, 다큐3일, 사랑, 인간극장과 같은 사람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프로를 좋아하는데, 보육원에서 자립을 앞둔 아이들이나 실질적 가장인 청소년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그랬다. 난민이나 희귀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볼 때와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그러다 20살 초반인 친동생의 친한 친구인 A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혼 후 연락이 끊겼고, 의지할 형제도 없으며, 어머니의 가족들 또한 교류가 끊긴지 오래라했다. 갓 군대를 제대한 남자 학생은 홀로 부모의 장례, 상속을 처리해야했고
남겨진 작은 전세집으로 본인의 삶을 살아가야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A의 여자친구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 등 여러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하나 둘 도와주시며 당장 막막하게만 느껴질 것 들을 처리했다.
동생은 내게 집 구하는 방법들을 물어봤는데, 내가 직접 해본 원룸 월세 전세 정도만 알려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당장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마주할 여러 처음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가족의 틀에서 속박되어있다 느끼며 그 구속감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었다. 하지만 부모와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천천히 홀로 설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굶어 하루를 버텨야하는 가난함에 부끄러움을 느껴본 적도 없고, 대학 원서 쓸 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장학금을 받았더라도 첫 입학에 필요한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나 학자금대출을 받지 않아도 될 - 넘치지는 않아도 생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있었다. 취준 생활도, 인턴생활도 보증금과 용돈을 지원받으며 다녔고, 어떤 성인이 되어 처리하기 어려운 보험이나 집 계약 등 부모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지금 내가 가진 경험과 것들은 온전히 혼자 힘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이 확실해지며 처음엔 자립을 앞둔 보호아동들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멘토 활동을 할까 싶었다.
‘아직 나도 나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그들이 정말 힘들 때 부모처럼 거둬주고 집에서 재워주고 없는 시간까지 쓰며 헌신해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있었던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들이 보기엔 기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필요가 실은 그게 아니었다면 그들은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여러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직접적인 대면 활동보다는 후원을 더 크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에 취업하면 바로 하는거야‘
여러 기부처가 있지만 유엔도 횡령하는 마당에 썩 믿음직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찾은 것이 정부가 운영하는 디딤씨앗통장제도였다.
소년가장, 자립청소년, 장애인부모 자녀, 기초수급자 가정 등 여러 보호 아동들이 성년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주도로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이다.
1달에 [기부자 금액*2배] 금액이 정부재원으로 적립되고(10만원 한도), 기부자는 최대 월 5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후원아동은 지정하거나 무작위배정도 가능하다.
첫 월급을 받자마자 후원처를 알아보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농협은 자동이체도 되고, 오후에 출금된다.
또 기부영수증 발급으로 세금공제혜택도 있다.
사실 기부라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금액도 적고, 기부영수증을 신청했다는 점에서 기부를 이용하는 것만 같아 이 글을 쓰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디딤씨앗후원을 하는 홈페이지나 전자시스템은 따로 없어, 서류를 직접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면 된다.
일시후원도 가능하지만 나는 정기후원으로 신청했다.
후원아동은 특정아동, 특정 지역, 특정 성별 등을 지정할 수 있다. 나는 보호아동으로 지정해달라고만 메일 내용에 보냈다.
평일기준 바로 다음날 신청완료 문자가 왔었다.
25일 자동이체 신청을 했고, 신청서도 25일에 냈더니 당월에는 따로 자동이체가 안됐다.
인터넷 서비스를 따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유선으로만 매칭아동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누군지 알게되면 더 신경이 쓰일 것 같았다.
언젠가 심적 물질적 여유가 된다면 더 큰 금액을 지원하거나 다른 아동을 여러명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결심이 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또 걸리겠지만, 나의 작은 마음이 모여 어떤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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