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복약일지

[성인adhd] 나는 틀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 1편

Anping 2020. 5. 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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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정신과 첫 방문기]

- 20. 04. 20


정신과 병원 가기 결심한지 1주일, 여럿 병원을 찾다 정한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나에게 병원은 익숙한 곳이었다. 만성 비염, 아토피로 이빈후과 내과는 친구같은 곳이었고, 교정하는 동안 다닌 치과는 애증의 상대였으며 가끔 인대가 늘어나고 두드러기가 올라올때면 꺼리낌 없이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정신과는 처음이다. 살면서 절대 발 디딜일 없을 것 같던 그 곳. 

지금이야 드는 생각은 당시 우울증, 조증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병들이 내겐 절대 일어날일 없다는 확신과 그러한 병을 지닌 사람들만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선입견들이 있었기에 방문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선입견에 내가 갇히는 한이 있어도 가보기로 마음먹은 것 이다.




(1) 정신과 방문 결심 계기


방문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여럿 있지만, 결정적인건 최근 내 상태가 너무 심각해졌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 건망증이 너무 심해졌다.

  : 온라인 수업 깜빡하기

  : 쓰레기 버리러 나갔는데 쓰레기 두고 나오기

  : 메모할 것 잊기, 메모한 걸 잊기

- 의지는 강한데 미루기만 하기

- 불안감으로 인한 회피

-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사라짐 (깨어있어도 잠든 것 같은 피로)

- 하루의 경계가 모호

- 자기비난

- 의욕 상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전부터 줄 곧 있어왔던 증상들이었다.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의지만 가지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믿음으로 여러 노력은 나름 열심히 해왔었다. 

게으른건 내 특성이고, 또 열심히 할 땐 열심히 잘 해왔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런 내 특성들이 너무나도 미웠고,  '왜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하지' 자기비난하며 미래가 너무 불안했다. 불안함은 무력함으로 다가왔다. 쉬어도 쉬어도 너무 힘들었다. 그럴수록 나는 나를 더 탓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나의 Soul Friend, S라 칭하겠다, 는 내게 성인adhd 증상을 읊어주었다.


<성인adhd 자가검진표>

 

 ○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은 끝내 놓고, 그 일을 마무리를 짖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 약속이나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 골치 아픔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까?



 ○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말을 꼼지락거리는 경우가 있습니까?



 ○ 마치 모터가 달린 것 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 지루하고 어려운 일을 할때, 부주의해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 대화 중, 특히 상대방이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을 때에도, 집중하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까?


 

 ○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소음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 지는 경우가 있습니까?


 

 ○ 집이나 직장에서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거나 어디에 두었는지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 회의나 다른 사회적 상황에서 계속 앉아 있어야 함에도 잠깐식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습니까?


 

 ○ 안절부절 못하거나 조바심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 혼자 쉬고 있을 때, 긴장을 풀거나 마음을 편하게 갖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 사회적 상황에서 나 혼자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까?


  

 ○ 대화 도중 상대방이 말을 끝내기 전에 끼어들어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까?


  

 ○ 차례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까?


 ○ 다른 사람이 바쁘게 일할 때,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이외에도 많은 증상들이 있었으나 '마치 모터가 달린 것 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를 제외하곤 모두 나를 설명하는 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너무 똑같아서 의심을 많이 했다.

"이것도 mbti나 타로처럼 다 뻔한 이야기만 해서 다들 나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거 아냐?" 
그럼에도 여러 adhd 진단 환자들이 작성한 글을 복기하면 할수록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니 라는 감탄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이게 나라면, 나도 바뀔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나는 정신과 방문을 결심하게 된다.



(2) 정신과 첫 방문

모 성인adhd전문 사이트에서 병원 후기를 찾아보았다. 진단을 받기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었다.


-정밀 진단(20-60만원)

-상담 진단(5만원 이내)


정말 내 상태를 정확하고 세밀히 알고 싶다면 정밀진단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았다. 본인은 보험이 있고 처리도 되지만, 부모님께 이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 않았음으로 되도록이면 저렴한 상담진단을 받고 싶었다. 또한 신체가 나타내는 것이 아닌 내 증상을 직접 설명해 주고 싶었던 점도 컸다.


내가 사는 곳 근처는 가까운 병원이 없어 무려 2번을 환승해 도착한 병원, 아불싸 예약 손님만 받는다고 한다. 다음주 쯤이나 진단을 받을 수 있다니. 마음이 급해졌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하고 싶은데. 이에 급히 예약이 필요없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심리검사지 1개와 상담 고작 5-10분. 


나는 adhd가 아닌 불안, 강박증이 심하고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들 성인 adhd가 아닐까 싶어서 찾아온다며, 아마 다 내 이야기 같다 느껴져 착각할 수 있다 말씀했다.

보통 adhd는 초등학생때, 그리고 남성에게 많이 보여서 찾아온다고. 그러곤 항우울제 3알을 받아왔다.


하지만 나는 진단에 의심이 들었다. 

불안, 강박이 심한 것은 내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건 우울증에 관한 문제였다.

내게 우울증 증상은 만성적이었던 적 없다. 순간 순간 우울한 거지, 오히려 조울증이면 수긍을 했을 것 같다.

또한 내게 주어진 심리검사지는 '최근 1주일 내 겪은 상황을 바탕으로 작성하시오' 였는데, 최근 내가 많이 우울해진 것은 맞으나 얼마전까지 여행도 정말 즐겁게 다녀오는 등 즐거운 나날도 많았다. 상담도 최근 내 상태에 대한 것이지 과거의 나를 물어봐 주진 않았다. 


S에게 이런 말을 해주니 성인 adhd는 대게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라고 해주었다. 의사는 나와 10분을 이야기하고 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란 말로, 나는 내게 주어진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고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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