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복약일지

[성인 adhd][취업 일기] 남들처럼, 나의 개성이 옅어진다는 것은

Anping 2020. 12. 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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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준비를 한다.

주변 사람들은 6개월, 1년, 길어도 2년이면 시험에 합격한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제갈길 찾아간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너 정도면 공무원 쉽게 될 것 같은데"

 

나는 공무원 준비가 너무 어렵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공무원이 기대되지 않는다. 

그것이 나를 어렵게 만든다.

 

시험에 매진해도 모자랄 시기에 

나는 잡념이 많아지고,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장기적인 시험은 내게 쥐약이었다.

합격을 위한 시험은 내게 쥐약이었다.

하고 싶지 않은 공부는 내게 쥐약이었다.

 

수능을 칠 때도 그랬다.

학창시절 학교 성적도 그랬다.

 

대학은 내게 파라다이스였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1등으로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성인 adhd는 관심분야에 '몰입'하는 과정에 능하다고 한다.

졸업이 다가왔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몰입하기도 힘들었다.

 

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가족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새로움'을 좋아한다.

명예욕은 있지만 무언갈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는 비정규적인 직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없었다. 

그것으로 성공해서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

꼭 성공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자식 자랑하기에 바쁜 부모님에게, 무엇 하나 잘나지 않는 형제들 사이에서

내가 하나의 자랑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나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합격할 때도, 좋은 성적을 받을 때도, 바라던 기회가 주어질 때도,

원하던 것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자랑할 정도의 결과가 주어졌다.

 

그럼에도 좋지 않은 결과는 바닥을 뚫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중간도 하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를 보였다.

'중간만 하자' 

내게 제일 힘든 일이었다.

 

원하는 일은 온갖 노력에 노력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반면,

이유를 찾지 못한 일은 나를 속이려 세뇌를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약을 먹어서라도 꾸준히 앉아서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럼에도 콘서타는 의지를,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해주지는 않았다.

 

다가오는 시험이 두렵다.

오랜 기간 준비했음에도, 남들만큼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밀도있는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가 예상되기에 너무 두렵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이제껏 투자한 돈과 시간, 그리고 남들의 시선에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용기를 가지자 다짐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럽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나도 지지해주지 못하는 나의 꿈과 개성을

북돋아주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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