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직속 책임자(b차장, c상사)의 태도와 직장 분위기를 봤을 땐, 직장내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엄청 힘들어 하는 모습을 꾸준히 알리고 보였지만 해결은 커녕 오히려 나만 더 열심히하라고 혼을냈다.
자발적 퇴사 후 노동청에 신고를 하려 마지막 희망처럼 증거를 모았다.
그러다 사직서를 냈을 때 내용을 잘 모르는 조합장, 경영자가 제일 놀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모든 내용을 듣고 함께 근무했던 b와 c가 더 놀랬었다.
좀 많이 황당했다.
아마도 부하직원이 사직을 선택했다는 것은 직속상관인 본인들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반증이였고
온전히 본인들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황했겠지 싶다.
나든 다른 사람이 보든 그들은 방관자이자 공범으로 볼 수 밖에 없을테니
인사이동 이후 변해가는 내 표정, 행동을 직원들이 눈치챘던 것도 있겠지만
분명 항간에 떠도는 내 소문을 들었을테고, 내가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한 직원은 내가 퇴사를 결정 한 후, "계장(나)이 하루에 한 번씩 운다는 소문을 들었을 땐 마음이 아프더라"라고 했었다)
책임자들은 그걸 몰랐을까
아프다고 하고 사직서를 냈건만 실은 그게 아니랄 것을 다들 알고 있었던 거다.
사직서 제출 후, 일주일 간 나는 사직에 대한 아무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있었다.
괴롭힌 A대리, 함께 근무한 계약직원, 직속 책임자들이 열심히 조합장과의 면담을 위해 본소에 드나들었다.
이후 A대리가 구역질나게 잘해주는 '척'하려 했었다.
나름대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조사를 했었던 것 같다.
면담의 마지막은 나였다.
사직사유를 건강상의 문제라고 했었지만, 면담에서 솔직히 A대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각을 바꾼 계기는 내 면담까지의 일주일 간 벌어졌다.
내가 사직서를 낸 직후 b차장에게서 a대리는 그 소식을 전달받았다.
모르는척 했지만 내 눈치는 생각보다 빨라서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를 더 열심히 괴롭혀서 진짜 미친줄 알았다.
'그냥 화가나서, 조치가 없으니까 가소롭게도 너는 사직서를 핑계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거겠지.
그치만 난 쫄지 않아' 라는 식으로 나를 무시했겠지.
분노가 점차 쌓인 나를 알아채지 못한 그는 본인의 관짝을 본인이 만든택이었다.
나는 생각은 많지만 정작 중요한 자리에서 정리된 말을 잘 하지 못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그때 선택한 방법은 일기장.
정신이 육체까지 지배할 정도로 힘들었기에 세세히 쓰진 못했었다.
거기엔 다른 직원 및 경영자, 책임자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나 생각 등 절대 말로는 하지 못할 글도 많았지만
내 개인적인 이야기(가치, 고민, 미래, 현재 등)를 보여주면 a대리의 만행이 더 진실성 있게 받아들여 질 것 같았다.
실은 면담 당일 아침은 괴롭힘에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에라이 나갈건데 X되던가 말던가 다 봐라 새끼들아" 라는 마음으로 한장도 빠짐없이 복사해 갔음. 아무튼 면담에서
'건강상 30% 정도의 사유, 실제로 사직서는 a대리 때문. 나는 명백히 a대리로 부터 괴립힘당했다 느낀다'라고 말했다.
어떤 괴롭힘이 있었는지, 그리고 많은 상황들에서 내가 대리를 이해할 수 있고 없는 부분,
그때 내가 어떻게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를 눈물로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조합장, 경영자는 타 직원 진술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본인이 a대리를 잘 타이르겠다' '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나를 설득하셨지 나는 완고했다.
'조합장은 믿어도 a대리는 못믿는다. 이제까지도 보이지 않는 데서 교묘히 나를 힘들게 했는데, 앞으론 더 심하게 할 것이다'
마지막에 나가며 '힘들었던 일들을 일기를 썼는데 안읽어도 상관없으니 드리고 가겠다'며 일기를 드렸다. 이때까지만해도 조합은 이 일을 좋게만 넘어가려고 하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면담 다음주 경영자가 내게 개인우편을 보냈다.
[괴롭힘조사서]
직원들에게 '너무 FM인 사람'라는 평을 받은 그는
평소 인정으로만 좋은 것이 좋은거지라는 넘어가는 조직의 문제해결 방법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내가 의지하며 도움을 많이 받았던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아마 온전히 나를 위해서 보단, 내가 퇴직 후 신고했을 때 회사가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였을 것이다.
그 일기를 줄을 그으며 보시고 초안을 작성 한 경영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했었다.
(일기만으로 노동부가 인정해주긴 어렵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 않고 나를 믿어주셨던 듯)
조사서 내용 일부
<괴롭힘 행위>
1. 나의 OO업무가 미숙한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본인을 찾는 OO손님이 오면 a대리는 본인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말하며 응대하는 손님이 없음에도 내게 손님을 미룸
(a대리: OO은 저기 계장한테 가서 하세요 혹은 저는 OO담당자가 없어서/아니라서 OO을 못팝니다 라고 비꼬듯이 손님에게 말함) 2. 대리가 미룬 손님을 내 나름대로 해결하고 있는데, 손님이 있는데서 잘못된 처방이라며 내게 무안을 줌
3.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하기 어렵게 함.
- 입사 이후 지금까지 OO판매 관련 업무를 제대로 지도 받지 못함. (주로 잡무 지도, OO업무는 어깨너머 들었던 것만 필기하고, 내가 궁금한 것을 질문했을 때만 알려줌)
- 인사이동 이후엔 질문에 잘 대답해주지 않음. (알아서 하세요~라고 대답) 분명 내가 질문 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a대리는 주변엔 내가 물어보지 않아서 대답해주지 않았다고 함.
- 같이 근무하는 계약직원에게 업무를 도움받았는데, 이에 a대리가 계약직원에게 '계장에게(나) 일 많이 알려주지 말라'고 하면서 업무 습득을 방해함. 4. OO업체(내 직무/관할) 직원과의 면담내용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 내가 휴가를 간 기간 동안 업체 직원이 가져온 신청서가 있냐 물었을 때 없다고 함. 그러나 업체 직원이 오니 바로 책상에서 꺼내줌.
- OO업무(내 업무)를 마음대로 해놓고 자세히 알려주지 않거나 전달해주지 않는다. (일은 본인이 벌리고, 나는 모르는 업무를 처리하고 책임을 져야함)
5. 인사이동 이후 인사를 잘 안받음.
<행위에 대한 본인 생각>
- a대리가 장기간 담당한 OO업무를 입사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내가 맡은 것이 불만이라고 봄.
(작년 타직원까지 있을 때 분위기가 좋았었다. 본인이 OO주무가 되고 계장(나)이 보조가 되면 일을 알려주기 더 수월해질 것/ 마음이 생길 것 같다 라고 언급)
- 업무분장에 대한 불만을 내게 표출하는 것 같음.
- 대리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힘듦. *월*일 정신적 스트레스가 구토, 어지러움의 증세로 나타나 병원도 감.
함께 근무하면서 나를 또 어떻게 괴롭힐까/ 말을 할까 라는 생각에 숨쉬는 것이 불편함.
- 조합에서 대리말고 OO업무를 아는/맡을 직원이 없다는 것을 앎.
사정상 업무 분리가 어려운 것을 알기에 해결할 방법은 내가 사직서를 내는 것뿐이라 생각함.
- 괴롭힘에 대리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해도 상당히 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함.
이 사건을 포괄적으로 요약했기에 무슨 말인지, 괴롭힘까지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실제 사건은 용량이 너무 커서 게시물을 다시 써야함.
또 사직서 제출 이후 ~ 징계까지 사이 에피소드도 엄청 많다.) 내가 생각하닉 조사서에 들어간 내용은 극히 일부분,
그리고 남들이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 큰 틀만 거르고 걸러 작성했다.
자잘하게 스트레스 받을 부분은 항목별 10배 정도 된다. 그럼에도 b책임자는 a대리에게 너무 불리하게 작성된 것이 아니냐고 했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그 대리를 감싸려는게 정말 웃겼지만, 내 일을 도와준 계약직원이
'계장(나)이 많이 봐줘서 이정도다. 대리가 이정도로 쓰길 감사해야 할 정도로 써줬다'
라고 내 편을 좀 들어줘서 고맙다. (나만 참으면, 견디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을까?)
이 분이 목격자 진술을 솔직해 해주어, 대리가 열심히 정치질 해 만든 본인의 이미지와 행실들이 거짓이고
내 발악이 신입사원 혼자만의 망상, 못견딤이 아니라 진실로 힘들었음을 모두가 믿도록 해주었다.
정말 감사하는바.
내가 복귀하면 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고
마지막으로 사직을 하지 않는다면 대리의 징계수위를 낮출 것이고
사직한다면 징계수위를 높일 것이라 했다. 사직을 선택했지만, 징계는 '견책'이었다. (경징계)
본인 때문에 애꿏은 직원이 사직서를 냈음에도 아주 낮은 징계를 주었는데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으로 했다면, 주의는 커녕 징계자체를 받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 조합장은 미안하다 내색했고 나도 화가났지만
앞으로 사직 이후 실업급여든 뭐든 협조를 잘 부탁한다고 마무리했다.
한편으론 조직손실을 일으켜도 해고당하기 어렵고
이 폐쇄적 보수적인, 죄도 직원, 주민들이 쉬쉬할 수 있는 문화인 이 조직에서
a대리이자 동료(라고 하기도 싫지만)를 징계까지 이끌고 내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내가 참 놀랍기도 하다.
누구는 내가 큰 일을 했다고도 한다.
내 직장을 배팅할 정도로 독한 마음 먹었고, 부모도움도 필연적이었고,
조합이 내게 좋은 입장을 제시할 정치적으로 좋은 타이밍이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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