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하루, 특히 수신계의 업무는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어쨋거나 9시에 셔터를 열고, 4시부터 하루 시재를 맞추며 셔터를 내리고 마감하면 집에 갈 수 있는 준비가 다 된다.
이르게 마감한다고 출근시간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 야근을 하며 얼마나 늦든 그날마다의 시재를 0으로 세팅하며 마무리를 꼭 짓고 나가야한다는 건- 어쩌면 다음날 홀가분하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의 일을 절대 미룰 수 없다는게 은행 쳇바퀴의 장점이기도 하다.
(개인이 요령피우며 일을 미룰 수도 있지만 전산자체가 안 닫히는 업무가 대부분이기에)
오늘 퇴근을 하며 문득 든 생각은
- 시간 잘 간다
- 회사 외에 생활은 크게 없구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 회사를 다니면 그럭저럭 내 혼자 생활은 어떻게든 영위된다. 단지 그 이유로만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하는걸까?
-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이 ‘돈은 벌어야하니까’ 라는 이유만으로 일을 하는가? 그들의 삶의 이유, 목적, 즐거움은 뭘까?
나는 삶의 이유를 찾지 않고(이를 잡생각이라고 지부해버리니) 회사를 다니는 것이 그닥 싫어지거나 어렵지 않아졌다. 하루종일 눈 앞에 있는 일들을 해치우고 회사를 나서는 그 순간에서야 그런 고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다가 곧 피곤함에 그 생각들을 미루고, 또 미루고...(특히 수신계는 손님을 계속 즉각적으로 응대하고 쳐내는 것이 업이라, 일반 사무직처럼 조용히 앉아 긴 고찰이나 공부를 할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절대적인 체력과 시간의 부족은 곧 내 수 많은 고민과 생각 정리 시간을 빼앗았고, 그 결과로 아무 생각없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를 가고 글쓰기를 게을리하게 되었다.
생각과 고민을 강박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건가 싶기도 하면서, 본질적인 내 상황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문득 내비칠 때마다
나는 나와 내 삶의 괴리감을 자꾸 느끼게 된다.
쳇바퀴를 매일 도는 햄스터의 삶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쁘지 않다고 느끼면 그것은 그만의 만족스럽고 멋진 삶이다.
하지만 나는 숲 속의 다람쥐가 되기를 두려워 스스로 쳇바퀴로 들어온 햄스터이면서도, 왜 다시 밖을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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