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둔 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 근처 아니면 농업기관에 아르바이트나 기간제를 지원했으나, 이상시리 다 떨어졌었다. 예전부터 나는 아르바이트를 잘 못구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했었다. 차라리 취업이 더 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간에 근처 카페를 지원했는데 사장님 본인이 이번에 편의점을 오픈했는데 그쪽으로 일해볼 생각 없냐고 하셨다. 최저시급을 안준다는 말이 많아 편의점은 좀 꺼려졌었는데, 주휴수당은 못줘도 최저시급은 준다고 했다. 그래서 일 하고 싶다고 연락드리고, 면접을 보고, 어제 첫 근무를 했다.
걸어가기엔 좀 멀고 버스타기엔 가까운 근무지. 작다고 했지만 별로 작다느껴지진 않았다. 다행히 내부에 취식할 수 있는 공간이 엄청 좁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근데 너무 춥다. 냉장고는 개방되어있고 히터는 틀지 않으니 너무 춥다.
나는 오후 4시~10시에 근무를 하는데, 주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여윳 시간이 없다. 야간근무는 새벽에 일하는 대신에 여윳시간이 많은게 장점일 듯하다. 오히려 오전이 더 꿀일지도 모르겠다. 저녁에서 퇴근시간까지 손님러쉬와 물류러쉬가 장난 아니다.
주로 잼민친구들 아니면 어른들이 많다.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는 청소년들의 술이나 담배구매였는데, 하루 일해서 그런가 아직 못봤다. 정말 확신의 어른들만 담배를 사간다. 무의식적으로 손님 얼굴을 안보게 되는데, 계산할 때 자꾸 보려고 의식하긴 한다. 또 비흡연자라 담배가 걱정이었다. 미리 유튜브로 이름을 훑긴했는데 에쎄 종류가 너무 많다. 다행히 담배를 사는 대부분의 분들이 풀네임을 말해주시고, 위치까지 잘 아신다. 어젠 보헴미니시가1mg을 5갑 사가신 분이 있는데, 매번 5갑씩 사가시는지 물건 찍기도 전에 현금 22,500원을 카운터에 다소곳이 올려놓으셨었다. 또 어떤 아저씨는 매번 다른 담배를 펴보시는지 neo 노란거 주황거 손으로 가르키시며 달라고 하셨다. 전자담배 히츠를 피시는 아저씨 두분이 2보루 달라고 했는데, 2갑인줄 알고 내놓으니 큰거 2개요 해서, 아! 하며 재고를 찾는데 매대에 내놓은 12개 밖에 없는거다. 10개 더 있는데 분명히. 찾아도 없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이것 밖에 없어요 말씀드리니, '아닌데, 더 있을텐데?' 의심하셨다 ㅋㅋ 아무튼 가시고 나서 재고를 엄청 뒤적이니 퍼런 1보루가 나왔다. 아, 라이터 은근 잘나감.
그리고 술은 의외로 나이대 상관없이 많이 사가시는데, 주종도 다양하다. 피쳐도 사가시고, 보틀도 사가시고, 수입맥주, 병소주 다양함.
그리고 어른이고 애들이고 상관없이 2+1 1+1은 많이 사감. 의외로 냉장간편식, 예를들면 족발편육 같은 것도 술안주로 먹으실 건지 많이 나갔다. 의외로 생필품은 거의 안나간다. 봉지라면도. 컵라면이랑 과자 엄청 사가신다. 또 아동급식카드 결제를 하시러 오신 분들도 꽤 계셨는데, 보통 어른들이 애들 먹일 것을 많이 사가셨다. 아마 월말이라 포인트 떨구로 오신거라고 한다. 품목제한이 있는터라 굉장히 복잡하게 결제를 하셔서 애먹었다. 영수증도 항상 챙기시더라.
편의점 오픈이 열흘정도 밖에 안되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알바생이 있는 것 같다. 사장님, 그러니까 점장님은 원래 저가형 카페도 하시고 계신데, 거기서 근무하면서 여러 알바생을 만나다보니 사람보는 기준이 좀 깐깐하고 남다르신 것 같았다. 전화로는 굉장히 툭툭거리시고 짜증이 가득하셨는데, 실제로 보니 사람이 힘들어서 그러셨던 것 같다. 솔직하셨다. 그래서 나는 사장님이랑 편의점 일이 좀 무섭기도 해도 한 번 해보자 싶었던 것 같다. 저녁 야간 아르바이트 미혼 중년 아저씨가 계신데, 그 분이 청소 엄청 깨끗히 해주셔서 할게 없다고 한다. 일도 엄청 잘하고 친절하다고 소문나셨다고 한다. 실제로 어제 일 하고 있는데 10시되자마자 나 퇴근시켜주시고, 일 빠트린거 바로 알려주시고 하셨다. 주말 주간에는 아주머니께서 계시는데 엄청 열심히 일 숙지하고 공부하신다고 한다. 편의점 튜토리얼 책도 가져갔다고 하심. 사장님 왈 나이 든 분들은 일 하실 때가 크게 없어서 더 열심히 하시는 듯 하다고 했다. 또 주말 한 알바생은 이전 편의점 경력자라고도 하더라. 아무튼 간에 사장님 기준은 '친절하고, 시간만 때우지 않고 그만큼 성실한 사람'을 원하셨다. 본인은 일 계속하다보니까 사람 한 번 보면 어떤지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어땠길래 뽑힌걸까 궁금하긴 하다.ㅋㅋ
폐기 처리는 알려주셨지만, 그 물건을 먹어도 된다라는 말씀은 안해주셨다. 점장님이 다 들고 가시는 듯했다. 약간은 아쉽지만... 근무시간이 좀 애매해서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 사람 없을 때 급하게 한 입씩 먹어야 함. 혹시나 밥 안줄 것 같아서 맥모닝 싸갔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편의점 물가도 보통이 아니기도 하고, 자취생은 이미 질릴대로 질린 음식들이라 반강제로 도시락 싸가야 할 것 같다. 장보고 가기엔 좀 시간이 애매하기도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은 된다.
의외로 애기들 공략 상품이 엄청 잘 팔림. 캐릭터 스티커랑 키링, 젤리 같은거 파는데 입구 바로 앞에 있어서 '엄마 저거!' 하면 거의 백이면 백 안된다는 부모님 못봤다.
또 택배 엄청 많음. 일반택배보다 반값택배가 진짜 미쳤다. 어제 실수한게 FF물류랑 반값택배 발송이랑 맞교환 해야한다. 그치만 원래 내 시간에 오는게 아닌데, 하필 손님 러쉬랑 겹쳐서 아저씨를 그냥 돌려보냄. 죄송함돠 점장님. 제가 정신머리 없네요.
유통기한 찾는 것, 선입선출 진열도 나는 좀 쉽지가 않다. 평소 꼼꼼치 못한터라 더 어렵다. 그래도 구매계 있을 때 보단 조금 나은게 재고와 발주 관리를 내가 안한다는 것?, 또 물건 출하 개수 관리랑 포스기가 너~~~~무 잘 되어 있음. 농협 경제통합시스템 한 번이라도 써본사람들 솔직히 욕 진짜 나옴. 현금 잔돈계산, 뭔 지역 농촌사랑 자체 한전상품권, 외상, 카드, 농업경영인 이름 등록... 다 따로 해야함. 게다가 구매계는 직원인 내가 물건을 가져다주고 실어다주고 나중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편의점은 손님이 가져오는 물건만 계산해드리면 된다. 간편결제? 기프티콘? 그냥 찍으면 바로 계산됨. 여러모로 일의 난이도와 책임감이 낮아서 편해지는 것도 있다. 물론 그만큼 돈은 적게주니까. 일이랑 돈이랑은 비례하는게 맞는 것 같다. 자기합리화지만 한편으로 대기업의 삶의 부럽지만은 않은게 그만큼 일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 부러움이 줄어들 때도 많다.
이제는 편의점도 비닐봉투 제공이 안되서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데, 오히려 사람들 불평없이 다 사가신다. 비닐봉투 20원은 좀 애매하긴 한데, 종량제는 어차피 쓰니까 라는 생각인 듯?
의외로 현금 많이 들어옴. 나는 농협에 있을 때 현금이 제일 싫었었다. 당시 바코드 없이 수기로 타이핑하면서 다 쳐넣으면 꼭 재고나 시재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단위도 꽤 커서 메우는게 일이었다. 요즘 다 카드로 결제한다~ 편의점 개꿀 했지만 초딩들 다 현금 씀. 그들은 농민들만큼 정신없이 계산함. 계속 물건 정신없이 오래 고르다가, 이거 먼저 계산하고 저거 나중에 들고와서 하고 쉽지 않다. 그래도 그들이 편의점의 가장 큰 손이라고 하신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겠지 모... 그때의 어른들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다행히 첫날 시재는 빵꾸 안났다. 정말... 다행입니다... 카페랑 다르게 물건 갯수 같은게 명확하니까 시재를 메울 수 있는 방도가 크게 없는 것 같았다. 농협 때 약간 배운 돈 세는 방법이 여기서 이렇게 쓰입니다. 살기 위해 시재관리 빡세게 했었는데, 이게 도움이 되네.
나는 사람 만나고 싶어서 일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혼자 계속 있는다. 이제부턴 서비스질 절대 안해 했지만, 또 다시 나는 서비스직을 한다. 기가 엄청 빨려서 나중엔 말도 안나오더라. 그래도 사회생활이 확실히 덜한 것만으로도 나쁘진 않다. 근데 사장님이 처음에 면접 볼 때, 일 못하면 자르기도 한다는데 그게 내가 되지 않아야겠지? ㅠ
일 하기 전에는 일이 너무 하고 싶더니, 참 간사하게도 일 시작하니까 오늘 가기가 싫다. 내일도 가야하는데. 남의 돈 버는게 어디 쉬운일이냐 싶지만서도 위기감을 핑계삼아서라도 이제 뭔갈 해야한다. 얼마되진 않지만 한달 생활비는 벌 수 있겠지.
'[취업 일기] 백수일기 + 직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산관리사FP] 비전공자 취득 후기 (독학, 인강X) (4) | 2024.12.09 |
---|---|
[지역농협 6급초급 연봉] 군 vs 광역시 (명절 상여 비교) (9) | 2023.10.04 |
[일기장] 다소 바쁜 근황 (5) | 2023.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