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일기] 백수일기 + 직장일기/직장 취준 이야기

[직장고찰] 직원 1

Anping 2021. 10. 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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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가 결정되고 가장 처음 만난 회사 사람


합격 발표 1주일 뒤, 회사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안핑뚱이씨,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회사에 인사드리러 오실 수 있으세요?'

면접 때 입었던 복장을 갖춰입고 낯선 시골에 방문했다.
회사 문을 열자마자 '안핑뚱이씨 이신가요?' 라고 맞이하던 사람은, 회사의 임원이자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휘하는 전무였다.
직급체계를 잘 모르던 나는 전무라는 사람의 위치를 잘 몰랐었다.
사업장 곳곳과 직원들을 설명하고 소개시켜주길래 그냥 적당한 직급의 직원인줄만 알았었다.
실질적으로는 사업 계획, 인사, 급여, 관리 등을 총괄하는 핵심인물정도 되는 것 같다. (n개월차 눈에서 바라보기엔)





소통을 원하는 사람일까, 아부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일까

주말에 동료직원이 전화가 왔다.
'내일 저녁 전무께서 저녁 한끼 같이 하자고 하시는데, 시간 괜찮니?
아마도 전무님이 젊은 직원들 눈으로 우리 사무실에 어떤 개선사항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가장 큰 애로사항은 단연 '문서공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신입사원은 남는게 시간이라고 생각한다.(일 배우는 시간도 많지만, 각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면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
그동안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나는 그걸 우리 조합을 파악하는데 보내고 싶었다.
농협 전계열사에 발송되는 문서들을 공람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개별적인 법인임으로 각 조합마다 사업, 문화, 업무 진행 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조합'의공람문서를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나는 회사 직원 단톡방에도 초대되어 있지 않고, 각종 소문이나 정보들이 내 귀까지 들어오지 않아
'너는 왜 못들었냐?', '얼른 신입티를 벗어야한다' 라는 말을 다신 듣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곁귀로라도 내가 회사 분위기와 업무에 빨리 적응하고 어떠한 행동이라도 취해야 하는지 알고싶었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 맡겨진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이전 담당자들의 업무처리 방식을 참조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곳은 업무 담당자가 기안을 작성해 인쇄를 하고, 책임자만 결재를 받으면서 그 내용과 양식을 확인하는 곳이다.
그 기안은 종이로 남겨져 있겠지만 어디에 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후임자가 그 일을 전임자에게 업무를 하는 모든 과정에서 구두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인수인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정보가 곧 권력이 되는 모습.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서, 서로를 죽이지 않아도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 회사 구조 내에서 참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나는 여러 사항들이 있었지만 '전자문서공람'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물론 설득할만큼 내가 잘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었지만, 약속날 오전에 전무는 내게 '꼭 생각해와서 말해달라'라고 전했기에 고민정도는 해주겠지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자리를 같이 했던 주변 직원들의 방어였다.

직원1: '안그래도 요즘 많은 회사에서도 전자결재를 쓴다, 담당자끼리만 볼 수 있게 설정할 수 도 있다'
??
직원2: '그래도 안핑뚱이씨가 꼭 알아야하는 부분은 우리가 개인우편으로 다 알려주니까 괜찮다'
?????
전무: '우선 내가 검토해보고 실현가능하면 하겠다'
???????? 이미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면서요
직원1: '그래도 전무님 대단하십니다. 저희 직원들의 시각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직원2: '평소에도 계속 공부 열심히 하시고, 저의 조합의 발전을 위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
????????????????

아부성 멘트들로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나의 의견.
처음엔 '내 의견은 고민도 해볼 가치도 없나? 한 번쯤은 내 입장에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어봐줄법도 한데.. '
나중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토의해볼 자세도 없는데 왜 물어본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이 상황이 새롭게 보이는 것이었다.

아, 이자리는 전무가 대놓고 '아부'를 받고 싶어서 만든자리가 아닐까.
['나는 깨어있는, 그리고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공부하는 지적이고 스마트한 사람'을 신입직원에게 뽐내고 싶고
너도 나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렴. 내가 대단하다고 꼭 말하지 않아도 주변 직원들이 이렇게나 나를 멋지다고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야.]

물론 전무의 자리까지 올라간 점, 그리고 우리 조합을 이끌어나간다는 점 등 분명히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써
존경받을만한 점도 있을 것이고,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잘난 사람이다.
하지만 끝까지 '앞으로도 건의할 사항 있으면 가감없이 말해달라. 책임자에게 말을 먼저 한 후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은'라고 멘트를 치는 모습에서
이마를 탁 쳤다.

'깨어있는 척하고 싶은데, 실은 소통이 하나도 안되는 사람.'

+ 눈에 보이는 아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내 의견에 귀 기울여주는 척도 안한 동료직원들에게 실망 또한 감출 수 없었다.



목소리가 작고 조근한 사람


목소리가 작으신데 마스크를 껴서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린다.
그런데 말까지 빠르시니 더 잘 못알아듣겠다.
그런데 말을 할때 원하는 일을 직설적으로 말하시는 게 아니라, 눈치채라는 식으로 돌려서 말하시는데 그래서 더 잘 못알아듣겠다.
당최 뭘 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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